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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이서군 감독 - 박유희

박유희(영화평론가) 

당신은 ‘된장’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는가? 혹시 시골 초가 방안에 짚으로 매단 메주와 할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생각나시는가? 만약 그렇다면 영화 <된장 >은 당신의 기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이 영화는 최유진(류승룡)이라는 방송프로듀서가 우연히 후배로부터 연쇄살인범이자 전설적인 탈주범 김종구(유승목)의 마지막 말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말은 바로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이 흥미로운 소재를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싶어진 최유진은 ‘그 된장찌개’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이후 영화는 최유진의 행적을 통해 ‘그 된장찌개’에 얽힌 사연이 드러나면서 전개되는데, 그 과정에서 미스터리와 멜로드라마가 교직되며 관객의 기대를 재치 있게 배반해 간다.

전반부에서 영화는 맛의 비법을 지녔던 장혜진(이요원)이라는 여자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전형적인 미스터리 구조를 보여준다. 장혜진이 재벌기업 총수 박민(조성하)과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 미스터리가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그 죽음의 원인이 원한이나 치정에 얽힌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급격히 한편의 시(詩) 같은 고전적인 로맨스로 전환된다. 청정 전원의 맑은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두 남녀의 사랑은 알퐁스 도데의 소설을 방불케 하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그 사랑의 방식이나 어긋남의 비극으로 끝나는 애절한 결말이 너무 고전적이어서, 간혹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참맛은 그 고전적 사랑을 ‘된장의 맛’으로 바꾸어내는 신선함에 있다. 그 신선함이 대단한 파격이나 놀라운 충격은 아니지만, 스무 살에 <301 302>의 시나리오를 썼던 이서군 감독과 독특한 유머 감각과 장르 혼성 취향을 지닌 장진이 만난 만큼 충분히 참신하면서 유쾌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나면 된장은 흙집 들보에 매달린 가난과 남루함의 냄새가 아니라, “매화 꽃잎이 스며든 흙으로 빚은 항아리에, 흑돼지가 기른 콩, 햇빛으로만 말려 세월로만 간수를 쪽 뺀 소금, 산속 깊은 곳 옻나무 사이를 흘러내려온 샘물, 그리고 매화주의 누룩을 넣어 빚어내, 귀뚜라미의 공명으로 발효시킨, 향기로운 이미지”로 다가오게 된다.

그럼으로써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된장’이라는 제목에 썩 어울리는, 향기 깊은 영화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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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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