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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의 시네마 크리티크] 신조 타케히코 감독의 ‘한낮의 유성’ - 일본 청춘영화의 건재

 
 

도시의 반딧불이가 되어가는 여고생/ 끈적끈적한 맛초밥으로 다가온 정(情)/ 반딧불이보다 빛나는 자신을 모른 채/ 왁킹으로 꼬인 도회를 방황한다./ 도시는 까칠하고 거친 원시를 닮아있다/ 낯선 섬 한가운데 그미가 있는 것일까/ 따돌림과 위로가 공존하는 도시/ 비열한 도시를 물리고 찾은 시골은 청청으로 그녀를 충전시킨다./ 꿈으로 물들어가던 푸르디푸르던 시절/ 벚꽃청춘은 별빛으로 뿌려지고/ 친구들, 선생님과 같이한 학창시절은 ‘한낮의 유성’ 


  
 
  
 
청춘에 대한 헌사인 신조 타케히코(新城毅彦) 감독의 일본영화 <한낮의 유성, ひるなかの流星, Daytime Shooting Star>은 화려한 수사학이나 독특한 영화미학을 동원하지 않는다. 야마모리 미카(山森三香)의 12부작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수려한 자연과 순박한 마음으로 영화를 구성한다. 만화적 상상만이 가능한 아름다운 청춘의 로맨스의 순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나 ‘파랑새’의 세상을 믿는 선한 사람들이다. 

  
 
  
 
  
 
여린 감성으로 첫사랑과 청춘에 대한 청춘예찬을 지금까지 선보여 온 오십대 후반(1962년 도쿄 출생)의 신조 감독은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2006)로 장편극영화에 데뷔한 이래, <라이프, 천국에서 너에게 만날 수 있으면>(2007),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2009), <파라다이스 키스>(2011), <깨끗하고 연약한>(2013), <사월은 너의 거짓말>(2016), <한낮의 유성>(2017)을 통해 청춘영화(청소년, 하이틴 영화)의 최고 흥행감독임을 입증해 내고 있다.  

<한낮의 유성>은 감독이 TV 드라마나 전작 영화들에서 다루어 왔던 첫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노련한 방송국 프로듀서로서 1990년부터 드라마를 만들어왔던 경험과 솜씨는 영화 장르에 진입해서도 빈틈이 없다. 감독은 관객의 청춘 감성을 자극하면서 기본적인 볼거리와 도식만을 제공한다. 또한 관객들이 영화를 자신의 청춘 비망록으로 삼도록 기교를 구사한다. 평범이 비범을 능가하는 감독의 입장은 장면 곳곳에서 발견되며, 마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한낮의 유성>은 여고시절의 첫사랑을 소재로 감독의 정해진 패턴과 양식으로 영화를 전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춘을 반추하고자 하는 고정 팬들과 청춘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으면서 일본 청춘영화의 힘을 보여준다. 119분 분량의 영화는 한국 개봉에서 육천 명 미만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봄나물 같이 풋풋하고 싱그러운 영화의 순정성을 높이 사는 사람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남겼다. <한낮의 유성>은 한국에서 소수의 지지자를 만들고 유성처럼 사라졌다.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나의 청춘 마리안느>(1955), 엘리아 카잔 감독의 <초원의 빛>(1961)의 구성과 스토리를 <한낮의 유성>과 비교하면 흥미롭다. 당시 서양 영화감독들이 구사하던 청춘의 복합구성과는 달리 아시아적 차별화의 가치를 견지하면서 일관되게 주제에 집중하는 <한낮의 유성>은 일본의 청춘영화가 아시아 청춘영화의 정형임을 알린다. 한국의 청춘영화가 멸종한 가운데 일본과 대만의 청춘영화가 유사 장르의 변주를 통해 건재함은 다행한 일이다.  

일본영화의 다양성이 건재함을 보여주는 <한낮의 유성>은 요사노 스즈메(나가노 메이)가 도쿄에서 삼촌의 집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공원에서 주먹밥을 먹고 지쳐서 쓰러지는 순간 스펀지처럼 받아내는 사내가 있다. 꿈에 나타나는 고향 산촌 나가노 현 오타리, 스즈메는 아버지가 방글라데시 황마공장장으로 가면서 삼촌이 사는 도쿄로 온 것이다. 스즈메를 삼촌 집으로 데려다 준 이는 삼촌 가게의 단골이자 전학학교의 서양사 선생인 담임 시시오 사츠키(미우라 쇼헤이)였다. 시시오는 스즈메의 별명을 '참새'라 붙이고, 그녀는 도쿄 남자는 가볍다고 생각한다. 

명랑하고 솔직한 스즈메가 새 학교에서 만난 두 남자는 친절하면서 친구 같은 시시오 선생과 학교에서 인기 최고인 급우 마무라 다이키(시라하마 아란)이다. 전학 온 첫 날 스즈메는 옆 자리의 마무라에게 책을 같이 보자고 하니까 까칠하게 내친다. 스즈메는 낯선 점심시간의 풍경을 넘어 마무라에게 까칠함의 이유를 묻는다. 여자에 대한 면역력 결핍으로 스킨십을 하면 볼이 빨개진다는 마무라, 이 사실을 비밀로 하는 대신 스즈메의 친구가 되어주기로 한다. 

  
 
이동교실 학습에서 낚시를 하던 유유카 네코타(야마모토 마이카)의 거짓말로 스즈메는 푸른 이끼가 뒤덮인 원시림에서 조난당한다. 마무라의 도움을 받아 비를 피하는 장면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닮아있다. 시시오 선생은 스즈메를 구조하고 그녀가 방에서 깨어났을 때 반딧불이를 보여준다. 조난 사건 뒤, 마무라를 짝사랑하는 유유카와의 체육관 일전을 통해 친구가 된 스즈메는 시시오 선생을 흠모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유유카로부터 전수받는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스즈메가 낮의 유성을 본 곳이다. 시시오 선생을 만나고 함께 장을 보고 산책하면서 「엄청 눈부셔서 보고 있었더니 어질어질해서 울고 싶을 정도로 두근두근 거렸고, 왠지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선생님은 그 유성이랑 닮았어요.」 하면서 유성이야기로 속마음을 들킨 곳이다. 영화는 스즈메와 마무라가 첫 데이트를 즐기는 요코하마의 ‘핫케이지마 씨 파라다이스’ 수족관보다 유성처럼 사라진 선생 시시오의 존재에 의미를 둔다. 

영화는 학창시절의 볼거리와 일화들을 곳곳에 배치한다. 현장학습 때 낚시를 즐기던 나카가와  근처 계곡, 묘코 고원 리조트에서의 캠프파이어를 거쳐 체육대회에 이른다. 스즈메는 시시오 선생과 마무라가 달리기 시합을 할 때조차도 시시오 선생이 마음 한 편에 자라잡고 있었다. 결국 마무라의 진심을 읽은 스즈메는 이른 아침, 마무라의 집 앞까지 달려가 사랑을 고백한다. 영화는 스즈메와 마무라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스가누마 호숫가의 키스로 종료된다. 

  
 
<한낮의 유성>은 무뚝뚝하지만 늘 자신을 지켜주는 마무라 같은 청춘영화이다. 청소년 생활에 해박한 영화감독이 아이돌 스타를 조합하여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명소들을 촬영지로 삼아 청량감을 주었으며, 원작의 질감을 소화해내는 연기자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약간의 과장과 통속적 스토리 전개가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관객에게는 실망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한국의 청춘영화가 부활하는데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글: 장석용
영화평론가. 무용평론가. 시인. 유현목, 김호선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한국회장, 한국영화학회총무이사, 대종상/부산국제영화제/예술실험영화/다양성영화/청소년영화제/이태리 황금금배상/다카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제1회 아시아영화평론가협회 정기총회 한국 대표, 네팔 인권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초빙강사, ‘문화저널 21’ 문예비평주간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으로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거쳐 서경대 대학원에서 문예비평론을 강의하고 있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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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10-09

조회수7,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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