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 (영화평론가) 이 영화는 낭만적인 실리 섬에서 이루어진 한 가족의 여행 이야기이다. 에드워드가 아프리카로 자원활동을 떠나기 전, 엄마는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가지고 그가 떠나도록 가족여행을 계획한다. 딸 신시아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자 강제로 따라왔지만, 아버지는 함께 하지 않았다. 요리사 로스는 이 데면데면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게 불편해도 그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세 명의 가족은 각기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소풍을 가거나, 유화를 배우면서 시간을 보낸다. 섬 주변 곳곳에 자리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광활하지만, 우울한 가족의 내면처럼 잿빛으로 펼쳐진다. 그들은 식사 전 거실에 대기하거나 식사할 때 정도만 함께 모고 대화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 서먹서먹한 자리에서 언젠가는 곧 터지고야 말 듯 긴장감이 내내 감돈다. 가족 내부에는 깊고 깊은 균열만이 자리한다.
아프리카에서 1년간 생활할 에드워드는 불안해하지만 가족들과 나누지 못하고, 그는 늘 요리사 로스와 대화한다. 엄마는 주로 그림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다. 싸우지는 않지만 시큰둥한 가족보다는 가족이 아닌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며 소통하는 게 훨씬 편안해 보인다. 언제 터질지 모를 불안한 무드를 담고 있는 영화의 톤 역시 음울하다. 가족간의 오해와 소통 불가라는 이 심오한 이야기는 건조한 영화적 기법으로 완성된다. 영화는사건을 점진적으로 쌓아 올려가며 서사를 구축하지 않고, 산발적으로 시퀀스들이 배열되는 미니멀리즘을 채택한다.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고 딥포커스의 롱테이크로 풍경 안에 사람을 작게 배치하며, 사운드는 철저히 현장음으로만 구성하여 자연주의를 성취해나간다. 거친 바람소리와 큰 파도소리, 나뭇잎이 서로 사각사각 스치는 소리에서 커트하여 바로 실내로 들어가면 갑작스러운 정적에 우리는 순간 멍해지게 된다. 언젠가 표면으로 올라올 심리적 균열은 즉흥연기와 즉흥연출로 인해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침묵이 주는 낙담과 소통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아프고 불편한 현대 중산층 가족의 초상인 <섬들>은 글자 그대로 섬 같이 고립된 개인들을 묘사한다. 자연조명으로 더더욱 침울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실내 미장센은 텅 비어 있어 인물들 내면의 황량함은 배가된다. 레스토랑에서 자리 하나 잡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음식은 입에 잘 맞지 않는 딸, 몇 번 전화통화는 하지만 결국 오지 않을 아버지, 대화 없이 떠나버릴 아들, 이 모든 것에 불평의 말조차 꺼내기 힘든 엄마. 영화가 밝은 컬러유화에서 시작해서 건조한 흑백그림의 클로즈업으로 끝을 맺으며, 시작과 끝에서 시끄러운 헬기 소음이 자연의 조화로운 사운드를 방해하듯이, 현대 중산층 가족의 아프고 건조한 현실은 출구가 없어 보인다. 감독이 잡아내는 풍경의 경건함과, 이야기를 인내하며 끌어가는 고집스러운 방식은 구도자적 자세가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성취였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