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customer center

070.8868.6303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 8』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 8

고도의 진지성, 최상위 상상력을 견지한 서부극의 진전

 

영화 갈래의 하나인 서부극의 장르적 관습은 미국 서부의 모래바람을 몰고 오는 황량한 개척지를 떠올리게 한다. 감독은 그 무대를 설원(雪原)으로 이동, 설정하고 연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기승전결과 에필로그 포함한 5장으로 구성된 167분 상영시간의 영화는 연극적 구조의 영화임을 보여준다. 그 만큼 영화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성이 탄탄하다.

 

1; ‘레드락행 마지막 마차’(Last Stage to Red Rock), 2; ‘나쁜 놈’(Son of a Gun),3; ‘미니의 잡화점’(Minnie's Haberdashery), 4; ‘도머그의 비밀’(Domergue's Got a Secret), 5; ‘그날 아침’(The Four Passengers)이 보여주는 평범한 장의 제목은 선 굵은 핏빛 이야기의 과장을 덮기 위한 장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장엄한 음악이 눈밭을 꽉 채우며 서부극의 서사는 시작된다. 울트라 파나비전 70으로 촬영된 공간에 대한 설명은 다각도로 포착된 눈밭,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새들, 자작마무 숲을 달리는 마차를 보여준다. 예수조각상과 마차의 대비는 현상금 사냥꾼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마차소리가 끝나면 제1레드락행 마지막 마차란 장()의 시작을 알린다.

 

교수집행인 존 루스(커트 러셀)와 죄수 데이지 도머그(제니퍼 제이슨 리)가 탄 마치를 가로막는 현상금 사냥꾼 마커스 워렌(사무엘 엘 잭슨)은 폭설로 지친 말 때문에 동승을 흥정하고 까다로운 존의 질문을 통과한 마커스는 마차에 동승하게 된다. 마차 안에서 존의 성격을 보여주는 여죄수에 대한 수시적 폭력이 비춰진다. 총에 대한 수사(修辭)가 미국의 현실을 스친다.

 

영화에서 구사되는 대사는 간결하며 중량감 있는 보이스 톤들은 총구의 힘을 보여주었던 남성 지배 시절의 마초’(파이프 담배 등)적 특성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섯 마리의 마차가 끌 정도로 와이오밍의 세찬 눈보라 속에서 거친 숨을 토해놓는 말들이 클로우즈 업 되고, 현상금의 대상이 된 시체가 마차위에 짐짝처럼 부려진다. 대화 중 링컨의 편지가 화제가 된다.

 

마차가 달리는 도중, 등불을 든 사내 보안관 크리스 매닉스(월튼 고긴스)라는 사내가 협박과 사정으로 동승하게 되고 마차에는 네 명의 승객이 된다. 남북 전쟁에 얽힌 이야기들이 오가고, 서로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마차는 중간 대피소인 미니의 잡화점으로 향한다. 눈보라의 극한 상황 속에서 그 곳에는 이미 네 명의 사내, 리틀맨 오스왈도 모브레이(팀 로스), 남부군 장군 샌토드 스미더스(브루스 던), 이방인 밥(데미안 비쉬어), 카우보이 조 게이지(마이클 매드슨)가 당도해 있다.

 

개척지의 정의’, ‘정의의 본질은 냉정함이란 말이 오가며 행방불명된 아들에 대한 마커스의 이야기에 흥분한 샌토드는 총을 빼들다 사살된다. 이렇게 죽음은 시작되고 그 집에는 데이지를 구하려는 갱들이 위장, 가명을 대며 포진해 있었다. 독을 탄 커피를 마시고 존이 쓰러지자 마커스는 추리력을 발휘, 미니의 성격을 대가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갱들을 압박한다.

 

그러던 중, 마커스는 지하에 숨어있던 데이지의 오빠로부터 거시기에 총을 맞게 되고, 오빠도 즉사한다. 마지막 남은 3, 데이지는 지금까지의 바보 같은 모습에서 변모, 유창한 언변으로 보안관을 자기편으로 끌어 드리려다 실패하고, 결국 두 사람으로부터 교수형을 당한다. 5장은 갱들이 이 집에서 저지른 아침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모두가 죽게 되는 상황에서 링컨의 편지가 읽혀지면서 영화는 종료된다. 엣날 옛적의 이야기는 무용담처럼 참으로 유쾌했다.

 

장석용(영화평론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장석용

등록일2016-06-12

조회수6,166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