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상 - ‘광해(미술)’ 오흥석
‘광해’는 우아하며 정중하다. 여유로우면서도 경박하지 않고, 근엄하면서도 무겁지 않다. 이말 저말을 하는데도 수다스럽지 않으며, 힘을 드러내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영화에서 만나는 광해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훈남이고 나라와 백성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최고 경영자다. 역사적 사실로서가 아니라 현재의 영화 세상에서 만나는 이미지다.
이런 ‘광해’를 만든 장인들의 솜씨는 살과 뼈를 결 따라 발라내는 정육점 주인처럼, 쓰임새에 맞게 나무를 깎고 다듬는 목수처럼 무심하면서도 거침없이 어울린다. 시나리오, 촬영, 음악, 미술, 연출 모두 제자리를 지키며 빛난다. ‘최고’는 멈추어 있는 절대적 의미가 아니라 흐르는 변화 속에서의 어느 한순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면 ‘광해’는 2012년을 최고로 만든 영화다.
조희문(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