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남우상 | 여진구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성숙미 갖춘 청년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미소년
황 영미 (영화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타인의 삶을 구현하는 배우는 실제 나이와는 다른 깊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배우가 최근 급부상하는 배우 여진구다. 여진구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2005년 <새드 무비>로 데뷔할 때만 해도 8살 아역이었고, <쌍화점>(2008) 때도 귀여운 미소년을 연기했다. 그런데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2008)에서부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연기세계를 다져나갔다. 자신을 유괴한 할아버지의 발등을 뾰족한 펜으로 찌르고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 놀라는 모습, 얼굴에 피가 튄 채 공포스러운 상황에 오열하는 모습은 아이의 눈빛이라고 보기 어려운 심리적 다층성을 담지하고 있었다. 또한 TV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 사랑을 느끼고 슬픔을 표현하는 멜로 연기는 이미 아역을 넘어선 경지를 보여주었다. 변성기를 갓 지난 굵직하고 매력적인 보이스와, 몰입된 감정을 증폭시켜 스토리라인의 확실한 금을 그어주는 강한 임팩트를 시청자한테 선사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역 조연이나 단역이었다.
여진구의 본격적인 영화 데뷔는 바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다. 주인공 화이 역의 여진구는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가 지닐 만한 무겁고 깊은 눈빛과 고통을 감내하는 감정을 표현해 냈다. <화이>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아빠들도 만만치 않은 포스를 지닌 연기자들이다. 김윤석은 깊은 내면적 상처를 지닌 갱의 리더 석태 역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나머지 네 명의 아빠들도 화이를 아낄 때는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이지만, 범죄를 저지를 때는 더없이 잔인한 캐릭터로 변화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이런 연기파 배우들 속에서도 여진구의 카리스마는 빛을 발했다.
<화이>는 심리적 측면이 강화된 누아르다. 여기서 공포심과 복수심,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마치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내 쓰듯 표현하는 여진구의 내면에는 어떤 것이 감춰져 있을까? 내면에 잠자고 있던 감정들까지 모두 밖으로 나온다면 장차 세기의 연기로 손꼽히는 연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