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하지만 나쁘지 않은 남편, 살갑지 않지만 문제없는 자식들.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여인은 늘 외롭다. 툭 건드리면 부서져버릴 것 같은 신경병의 끝,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여인에게 남자는 구원이었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동명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원작으로 평범한 가정주부가 낯선 남자와 보낸 4일간의 뜨겁고 애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칫 불륜을 미화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주제 속에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그들의 감정을 미화하거나 편들기 보다는, 프란체스카라는 한 여인이 겪는 골 깊은 권태와 우울 속에 찾아든 생명력에 집중한다.
중년 여인의 일탈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세기의 로맨스 명작으로 끌어올린 데는 메릴 스트립의 역할이 크다. 흡사 낮은 한숨조차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은 그녀는 권태에 빠진 여인에서, 사랑에 빠진 여인의 아름다움까지 하나의 캐릭터에 오롯이 담아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공기처럼 가벼워 공허할 수도 있는 여인의 외로움과 낯선 끌림 사이에 프란체스카라는 한 여인이 선택한 성숙한 사랑의 의미를 골 깊게 새겨둔다. 달아나는 것으로 사랑을 지키기 보다는, 남는 것으로 사랑을 지키는 프란체스카의 선택은 성숙한 사랑의 의미를 오래오래 되짚게 만든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와 이봄씨어터가 함께 기획한 <제1회 이봄영화제> 선정작으로 3월, 단 한 차례 상영 예정이다.
재개봉일 : 2018년 3월 20일(화) 오후 7시
장소 : 이봄씨어터 (신사역 가로수길)
글: 최재훈
영화평론가. 제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 수상. 현재 서울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객석, 미르 등 각종 매체에 영화평론과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