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님의 12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 을 재감상 하였습니다.
(정확히는 3번째 감상)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은 이 영화를 보고 별점 5개를 내밀며, 이렇게 한줄평을 맺었습니다.
대자뷰로서의 생, 우로보로스로서의 시간, 신비로서의 영화.
그리고 북촌방향이 칸에서 상영되었을 때, 클레어 드니 감독은 오직 이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영화제에 왔다고 합니다.
실로 굉장한 영화이지요
Anyway
이 영화를 보고,
아무생각이 없는 관객도, 깊은 상념에 젖은 관객도
북촌방향의 외침은 '시간' 과 '우연' 에 관한 것이라는 것은 모두 동의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유준상(성준 역)은 서울을 잘 통과 하겠다며, 북촌방향을 향해 갑니다.
(영화 첫 장면이 표지판인 것과 영화 마지막 즈음에 또 등장하는 표지판에 주목)
그리고 혼자 술을 마시다 옛 연인 김보경(경진/예전 역)을 찾아가기도 하고,
(실은 연인이라기 보다는 깔끔하게 끝나지 못한 지저분한 느낌의 관계)
김상중(영호 역)을 만나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기도 하지요.
그렇게 인사동 일대에서 하루인지, 몇일인지 모를 시간동안 지내게 되고,
심지어 영상을 흑백처리를 하면서, 낮인지 밤인지도 쉽사리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다정'이라는 한식집에서 술을 달리기도 하고,
'소설'이라는 술집에서 술을 달리기도 합니다.
(실제 두 집은 다 존재하는 집)
(언젠간 이 곳에서 수란잔 하는 것이 필자의 소소한 꿈)
Anyway
유준상은 '소설'에서 김상중, 송선미(보람 역), 김의성(중원 역) 등과 최소 3번 정도는 술을 마시는데,
단 한번도 '소설이란 술집에 또 왔다' 라고 하지 않습니다.
Again 이 아닌 At First 인 것처럼 말을 하지요.
이렇게 시간개념이 모호하게 되어 있는거은 당연히 홍감독님의 의도이지요
(대한민국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은 때려 죽여도 아닙니다)
홍상수 감독님은 자신의 많은 영화의 인물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
유준상의 입에서 나온 '우연'에 관한이야기!
아무 의미없이 일어난 많은 일들에 우리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일들의 집합을 현상화 해버립니다.
송선미와 유준상이 겪은 비슷한 일이 나옵니다.(어떤 종류의 사람을 하루에 3번 만나는 일)
인간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흘러가는 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라고 볼 수 도 있지요.
영화 속 김보경은 경진/예전 1인 2역을 했습니다.
(예전은 예전의 경진의 줄임말)
Anyway
유준상은 김보경(경진)과 헤어지며, 다시 연락도 하지 말자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는 것은 불행하다며..)
하지만 소설에서 우연히 본 김보경(예전)에게 똑같은 질척질척한 관계를 만들어 버리지요.
서울을 아주 잘 통과하겠다는 준상은 몇 일동안 북촌방향으로 향하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일들만 벌입니다,
오히려 다짐한 일들은 다시 엉망으로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목표대로 북촌에 도달해 한장의 피사체로 남게 되지요.
(홍감독님이 촬영날 선약이 있던 고현정을 굳이 설득해서 마지막 장면에 출연시킨 이유는? 영화의 주제니까)
사진을 찍는 유준상의 처연한 표정,
듣는이의 마음을 깊은 웅덩이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먼지모를 OST..
감독님은 삶이라는 흐름속에서 어찌 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애잔하게 바라봅니다.
그래도 필자는 분명 노력으로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유준상 - 이기자 호감
김상중 - 해병대 호감
김의성 - 서울대 경영학과 호감
송선미, 김보경 - 예뻐서 호감
★★★★★ (필자의 별점 5개)
홍상수는 영화감독.. 아니 소설가다..
사진 출처 - NAVER
zzyoun(영화평론가 지망생, http://blog.naver.com/zzy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