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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감독의 『귀향, 鬼鄕』

조정래 감독의 귀향, 鬼鄕

일본군 위안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휴먼드라마 조정래 감독의 귀향, 127은 광복을 얼마 앞둔 1943년의 봄을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이 영화의 귀향은 낭만적인 귀향(歸鄕)이 아니라, 일본군에게 능욕과 죽임을 당하고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동무의 넋이 돌아옴(鬼鄕)을 뜻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 넋을 기리고, 다시는 그 치욕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오던 감독은 75천명이 넘는 국민 모금을 통해 14년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감독은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밤을 새워 2002년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영화화할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슬픈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금년 224일에 개봉된 영화는 긴 세월동안, 슬픈 민족사의 재현이 이 나라에서 얼마나 힘든 것 인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이다. 1991814, 김학순(당시 67) 임의 위안부 존재 첫 증언 이후 25년이 흘렀다. 강제 연행과 위안소 내의 충격적 만행은 할머니가 된 위안부피해자 중 238명만이 정부에 등록되었고, 201615일 현재 생존자는 46명이다.

 

영화는 2014년 가을, 거창 서덕들에서 첫 티저 영화가 촬영되었고 이듬해 봄에 촬영이 시작되어 초여름에 촬영이 완료되었다. 영화는 영옥(손숙)의 회상에서 시작된다. 위안부 신고 업무를 맡은 동사무소 직원을 호통 치던 영옥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가슴에 남아있는 정민(강하나)의 모습, 열네 살 정민은 일본군에 의해 포획되어, 고향 경남 거창 한디기골을 떠나게 된다.

 

열차에는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열차 안에는 전국 각지에서 끌려온 처녀들로 가득한다. '정민'은 함께 끌려온 지금은 영옥으로 살아가고 있는 영희(서미지)를 만나 서로 의지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목단강 위안소, 이곳에서 그들은 신체적 폭행, 성 폭행, 인간 이하의 잔인한 만행을 당해야 했다. 인간의 탈을 쓴 일본군 악마들의 소굴이었다.

 

영희가 정민으로 부적처럼 건네받은 괴불노리개’, 세월이 한 참 뒤인데도 그 노리개는 영혼처럼 영희의 주변을 감돌고 있다. 영화는 참혹한 현장에서 탈출하여 살아남은 자신이 영혼을 불러내어 나비가 되어 귀향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면서 절망의 이국에서 정민과 돌아오지 못한 자들의 영혼을 귀향시키는 귀향 굿으로 종료된다.

김학순 임은 당시 당했던 일이 하도 기가 막히고 끔찍해 평생 가슴속에만 묻어두고 살아왔지만, 국민 모두가 과거를 잊은 채 일본에 매달리는 것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눈을 감기 전에 한을 풀어 달라.”고 하며 우리의 역사에 대한 무지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쓸개를 빼앗기는 곰처럼 알사탕만 남을 뿐이다.

 

정석적으로 풀어간 영화 귀향은 느리게 우리의 슬픈 역사와 조우하며, 순수한 민족적 지조를 지옥으로 내동댕이친 파렴치한 일본군의 만행을 차분히 고발해낸다.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는 거침이 많다. 현실, 회상, 굿, 귀향에 걸친 영화는 정서적 순수(정민, 정민부모/정인기,오지혜, 영희)에서 포악함과 악의 상징 기노시타(정무성), 매개자(영옥,은경/최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개성을 잘 살려 내었다.

 

귀향에 앞서 조정래는 예술가, 연출자로서 바른 사고로써 역사인식과 철학적 깊이를 견지하고 있다. 귀향은 자신의 커다란 예술세계를 여는 작은 발걸음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양식과 틀을 본격적으로 구축하여야한다. 흔들리지 않고 반짝거리는 빛이 되어야한다. 오만과 과오를 경계할 내면의 규율과 엄숙한 공감을 이룰 품격으로써 차기작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장석용(영화평론가, 19대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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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장석용

등록일2016-06-12

조회수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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