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 영화인상 - 황정순
해방 전 열다섯 나이에 <그대와 나>(1940년)의 단역으로 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황정순 여사는 1949년 우리나라 최초의 천연색영화 <여성일기>와, 같은 해 <청춘행로>에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이 영화의 히트와 시어머니로부터 소박을 맞는 며느리 역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60년대부터 노역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모진 풍상을 겪는 억척스런 여인이나, 정겨운 이웃 아주머니, 엄격하면서도 속 깊은 시어머니, 또는 분단의 비애를 내면에 삭이며 살아가는 외할머니의 모습을 연극무대에서 단련된 탁월한 연기로 보여 주었다. 황 여사는 1988년 마지막 작품 <88 짝궁들>까지 한국영화사상 보기 드문 48년의 연기생활을 기록하며 총 4백30여 편의 영화에 출연, 영화계에 크게 기여하였다.
김종원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