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상 촬영상 | 홍경표 <설국열차>
클로즈업과 속도감의 차이로 빚어내는
주제의식과의 조화
양 경미 (영화평론가,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영상예술의 총아인 영화에서 촬영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홍경표는 <마더> 이후 4년만에 봉준호 감독과 다시 만난 <설국열차>에서 이를 입증해 보였다. 영화의 배경은 온난화로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온 지구.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기차 안에서 꼬리칸 사람들이 억압을 딛고 지도층이 있는 앞칸을 향해 반란을 일으킨다는 설정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에 대한 평가와 선호도는 찬반으로 나뉜다. 그러나 훌륭한 촬영이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설국열차>는 드라마, 액션, SF의 장르를 아우른다. 봉준호 감독이 홍경표 촬영감독을 선택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 그는 드라마, 로맨스, 스릴러, 액션, SF, 판타지 등 모든 장르의 영상을 최고로 만들어내는, 스펙트럼이 넓은 촬영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기차는 쉴 새 없이 앞으로 전진한다. 흔들리는 꼬리칸에 탑승한 사람들은 반란을 일으키며 앞칸으로 전진한다. 영화의 모든 촬영은 좁은 기차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은 짐벌 위에 제작된 ‘기차세트’라는 특유의 공간을 실감나게 포착해냈다.
역동적인 영상도 선보였다. 천정에 설치된 카메라 숏이나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격투 신에서, 클로즈업은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다. 홍경표는 속도감에서도 차이를 두었다. 여유롭게 살아가는 앞칸의 사람들은 느린 속도감으로, 긴박하게 살아가는 꼬리칸의 사람들은 빠른 속도감으로 촬영해 두 계급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표현했다. 고속촬영과 렌즈의 활용도 좋았다. 반란을 일으키는 주인공(커티스)은 고속촬영으로 담았다.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강한 외로움의 표현이다. 이어지는 망원렌즈 숏은 그가 체제에 대해 느끼는 한계의 암시적인 표현이었다.
홍경표는 <설국열차>를 통해 기차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카메라워크를 모두 표현했다. 기차세트라는 제한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앵글을 통해 그만의 영상미를 만들어냈다.
그는 영화촬영이라는 '열차'를 타고 이미 한참을 달려왔다. 영화 속 설국열차가 끊임없이 질주하듯이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통해 쾌속 질주하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