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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쓰다듬는 따뜻한 눈길 힐링시네마 - 영화평론가 심영섭

영혼을 쓰다듬는 따뜻한 눈길 힐링시네마 - 영화평론가 심영섭 | 문화이야기
전체공개 2011.01.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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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영화평론가 심영섭

 

 

때로 영화는 치유적인 수단이 된다. 어떤 영화는 마음을 맑게 하고, 행동할 힘을 주며, 오래된 의문에 해답을 주곤 한다. 1995년에 영화 처방전 (motion picture prescription)이란 책을 쓴 영화치료의 선구자 게리 솔로몬은 우리는 이미 우리의 삶에서 영화를 ‘스스로를 돕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영화치료는 이미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가요법(self-therapy)이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대한민국 주부의 절반 이상이 매일 밤마다 스스로 연속극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비 그린버그나 스테판 슐렌버그 같은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은 영화 치료의 진정한 힘은 지적인 수준보다는 정서적 수준에 영향을 미치고, 억압이나 다른 심리적 방어기제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힐링시네마>는 그러한 측면에서 영화치료자들이 영화 치료를 위한 영화들을 고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되었다. 필자가 국내에서 아마도 최초로 이름을 붙였을만한 이 명칭은, 영화의 치유적인 힘은 물론 상징과 은유로써의 영혼의 수준에서 의미를 찾게하는 영화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힐링시네마 안에선 때론 가족, 연인, 직장 동료등 인관 관계의 미묘한 신경전과 의사소통상의 문제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만이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는다. 힐링시네마 안에선 때론 왼발 하나만으로도 화가가 되는 어린 소년과 눈과 귀가 멀어도 세상과 소통할수 있는 소녀의 용기와 진정성 때문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 본질을 생각할 수도 있게 된다.

 

힐링시네마의 선택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의 수준에 가깝지만, 힐링시네마의 기준이 남녀노소 동서양을 불문하고 공히 ‘사람의 영혼을 뒤흔드는 풍요한 정서성’, ‘지긋이 바라보고 깨달을 수 있는 문제 해결력’, ‘생각을 바꾸어 내는 기발함’ 그리고 '고통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통찰하게 한다는 데는 별 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힐링시네마의또 다른 중요 요소인 ‘접근성 (Accessibility)’이 더해져야 한다. ‘영화로서의 미학’도 중요하지만, 한국 관객으로서 쉽게 영화를 받아들이고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보편성 역시 실제 상담 장면에서 힐링시네마를 상담과 접목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관객에게 가장 절절한 가족그 중에서도 모녀 관객을 환기시키면서도 적당히 꽉 막힌 정서의 굴뚝을 청소할수 있는 영화가 바로 한국영상응용연구소가 올해의 힐링시네마로 선정한 정기훈 감독의<애자>일 것이다. 영화<애자>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사로 잡힌 한국의 모녀 관계를 진솔하게 드러내면서도 많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모녀 관계를 떠올리게 만드는 보편성이 함께한 영화이다. 손수 낚은 생선회를 나눠 먹으며 즐거워하는 애자와 그런 딸에게 직접 손으로 회를 초장에 푹 찍어 먹여주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모습은 팍팍한 삶에 다치고 베어도 꺾이지 않는 원초적인 가족애를 깊이 느낄수 있게 만든다. 특히 감정 표현이 서툴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남자에게 무임승차하기 보다 자력으로 생존하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애자’의 캐릭터에 기존 TV 드
라마나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신선함을 불어 넣는다.

 

반면 철저하게 고통의 의미를 곱씹으며 삶이 고무 타이어와 달라서, 고통에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굳은 살이 박히면서 살아남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도 있다. 2009년 개봉한 <더 레슬러> <레이첼 결혼하다> <블랙> 같은 영화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호화로운 과거에서 버림받았거나(더 레슬러), 동생을 죽였다는 자책감으로 약물 중독에 빠지거나(레이첼 결혼하다),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잃은 절망 상태(블랙)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그들은 육체와 영혼 모두가 부서지더라도 죄책감과 암흑의 무덤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쪽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용기가내 것이 된다면, 적어도 희망의 연약한 울림이라도 마음 밑바닥에 전달될수 있다면, 고통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이들 주인공들의 간절한 몸짓이 헛되지는 않으리라.

 

 

 

 

 

그런가 하면<걸어도 걸어도>와 <여행자>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업>의 주인공들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고레히다 히로까즈나 도리스 되리 같은 거장 감독은 뿌리내릴수 없는내 안의 외로움을한 소녀의 뒷모습에서, 무심한 가족의 일상에서, 흩날리는 벚꽃과 길가에 묶어둔 손수건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풍선 입을 통해 그려낸다. 사라지고 비어지는 온갖 만물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보이지 않은 생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반면 생의 시계가 거꾸로 움직이는 주인공 벤자민을 통해 진정 시간을 위한, 시간에 의한, 시간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있다. 데이비드 핀처의<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오랜 가족 사진첩을 넘겨보듯 관객들을 깊은 상념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는 그 동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단면에 감사하게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갈 수 있는것, 동질적 기억의 밀도로 묶인 동시대 사람들과의 연대에 동참할수 있는것, 이 모든 것이 감사해야할 것들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대적할수 없는 괴물로 여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들이 누리는 모든 것은 시간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수잔 손탁의 말처럼 어떤 의미에서 모든 진실은 피상적이다. 전부가 아닌 약간의 진실 왜곡, 전부가 아닌 약간의 광기, 전부가 아닌 약간의 불온함, 생에 대한 전부가 아닌 약간의 거부. 그리고 힐링시네마는 바로 전부가 아닌 약간의 인생 체험 속에서 이제까지 영화가 인간에게 제공했던그 많은 유혹과 마약에 가까웠던 최면중, 가장 선한 일을 베풀게될 것이다. 영혼에 기름진 양식을 제공하는<힐링시네마>들. 일찍이‘영화는 영혼에 놓는 주사’라고 갈파한 스튜어트 피쇼프 말대로, 힐링시네마는 때론 여러분의 영혼에 부드러운 반창고를 대어 주고, 때론 힘찬 용기의 맥박을 선사할 것이다. 영화가 주는 환상적인 황홀한 시각적 이미지의 봉합이라는 고전적 쾌락 외에도 힐링시네마의 세상에서 영혼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위무의 손길을 느끼시길 빈다.

 

 

심영섭 | 영화평론가 및 영화치료가. 한국영상응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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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1-04-21

조회수49,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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