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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합평회

<합평회> <님아, 이 강을 건너지 마오> 2부

이수향: 걔는 메인이 아니잖아요, 메인이. ㅎㅎ 그래서 왜 사람들이 볼까를 생각해 봤는데, 이게 아닌가 싶어요.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이 영화가 멜로드라마의 극단인데, 한 마디로 그 극단의 측면이 리얼이라는 판타지를 입고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이 영화는 리얼이라는 것을 끝까지 우리에게 인식시키고 그게 허구가 아닐 것이라는 전제하에 영화가 끝나는데, 사람들이 진짜 보고 싶은 것이 바로 그 리얼인 거죠. <우결> 같은 가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를 보고 싶은 거예요. 요즘에는 예능도 그렇고 모든 방송 포맷이나 컨셉에 있어서, 대본이 있을 거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얼임을 강조하고, 이건 진짜 대본이 없을 거야라고 암묵적으로 믿고 싶어하는 지점이, 이 영화와 극단적으로 만난 것 같아요. 멜로드라마라는 허구를 진짜 리얼하게 보게 된 거죠. 로망스가 완전히 이루어지려면, 그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상정해야 되고, 그게 가능하려면 사랑한 채로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가 죽는 수밖에 없어요. 근데 이 이야기에서는 실제로 사랑하다가 한 명이 죽게 되었으니까요. 이것은 영화적이지만, 허구적으로 만들 수 없는 지점인데, 그것을 이 영화가 너무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이 영화가 철저하게 기획된 영화라면, <인간극장>을 본 감독이 그 극단을 파고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즉,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의 죽음까지 염두에 둔 리얼리티적인 로망스의 기획일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 영화에 대해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가하면, <인간극장>을 조금 더 오버해서 만든 버전을 보게 될 거 같은데 그것을 돈을 주고 봐야 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가 이렇게 까지 인기를 얻고, 그 결과로 저도 보게 된 거죠. 사실 이 영화가 둘이 사랑하다가 장난치고 끝났으면 <인간극장>인 거잖아요. 그런데 멜로드라마가 극단적으로 완성되려면,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시도 있지만, 그런 느낌으로 되어야 하는 거죠. 이 영화의 열풍에는 그런 의미, 즉 멜로드라마의 극단적 완성이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또 한편 사람들이 ‘진짜’, ‘진실’ 그런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넓게 보면 사회문제 관련 영화들이, 예전에는 인기 없는, 의식 있는 사람들 몇몇에 의해 만들고 관람되는 것이 전부였잖아요. 그런데 최근 <변호인>이나 <한공주>와 같은 예에서 보듯이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들이 화제를 일으키는데, 그 이유가 사람들이 가진 진실에 대한 갈망에 있는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가 맥이 닿아 있다고 봅니다. 가짜가 너무 많고 진실이 뭔지 모르겠는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진실된 가치에 목말라있는 거예요. 사랑인척 하는 가짜 사랑 말고 진짜 사랑이 달성되는 것을 보고 싶은 거죠. 근데, 한편으로 그것이 그렇게 갈망된다는 것은 현실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한 거죠. 그래서 씁쓸해요.

또 한 가지, 대부분의 일반 대중들은 어려운 논법을 싫어해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깔끔하고, 또 팩트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죠. ‘영화적 허구가 아니고, 진짜래’, 그리고 ‘할아버지가 실제로 영화에서 죽는 걸로 나온대-’ 하는 부분이 명징하게 다가온다는 거예요. 이 영화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것 중 하나가, ‘할어버지 죽음’, ‘진짜 죽었나요’, 이런 것이에요. 그게 뭘 말하는 것이겠어요. 어디까지가 영화인가, 이 사랑이 진짜인가 라는 궁금증이 있다는 것이죠. 저는 그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러니까 리얼리티를 가장한 로맨스의 완결판이라는 딱 떨어지는 공식에 충실한 거죠.

또 하나 개인적 소회로는,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생물학적인 개체의 소멸이라는 것이 저렇게 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아팠어요. 이 영화의 한 편에 사랑이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시간과 노년과 죽음의 문제가 있죠. 처음 등장할 때와 달리 후반부가 되면서 야위어가고 뼈만 남은 듯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생물학적인 소멸을 이 영화를 통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거에요.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하고, 깨닫게 되는 지점도 있고, 공감되는 것도 있고 했는데, 그런 부분이 이 영화가 많은 분들에게 호평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첨언을 하자면, 저는 영화를 보면서 너무 울었어요.


안숭범; 아주머니들 때문에 덩달아 많이 울어요.


이수향: 제가 그런 아줌마 중의 한 명인데ㅎㅎ 영화관에 온 다른 분들이 보고서, 저 사람 사연 있는 거 아닌가 여길 정도로 혼자 앉아서 너무 울어서, 나중에는 민망하고 부끄럽더라구요. 아무도 안 우는 장면에서도 혼자 막 울고... (웃음)


성진수: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한 게 있어요. 이 영화가 리얼이잖아요. 멜로드라마이고 허구적으로 만든 것 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실제라고는 생각해요.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 중에 인도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마라톤 보이>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다큐멘터리 자체가 상당히 극적이었어요. 실제 상황이 이 영화의 할아버지 죽음 만큼이나 극적이었어요.


윤성은: 할아버지의 죽음이 극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것이잖아요.


성진수: 그렇기는 한데,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에 실제 그 상황이 벌어졌고, 그것이 다큐멘터리에 담기게 것이 잖아요. 저는 그게 극적이라고 생각해요.


윤성은; 근데 이 영화는 이것을 끝으로 생각하고 만든 거 아닐까요?


성진수: 저는 그렇다고 보지는 않아요. 기획할 때 어디서 끝날지를 정하고 만들었을지는 모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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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그런데 그걸 생각하지 않으면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 없었을 거 같아요.


민병선: 근데 이분 다큐멘터리 하시는 분 맞아요? 아닌 거 같아요. (일동 웃음)


성진수: 여하튼 그 정도로 이 영화가 극적이라는 거죠. 그런데, 실제 삶은 이만큼 극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까 이것이 기획된 것이라고 단정 짓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보다는 이것이 다큐멘터리이고 실제 상황이라는 전제하에 이 영화를 보면서 의아했고 공포스럽게 다가왔던 부분이 있었어요. 이수향 선생님께서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이 소멸해 하는 걸 보게 된다고 했는데, 이 영화에서 90세가 넘은 두 노인분 만이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집에 사회복지사도 한 명 안 오고, 이웃도 한 번 들르지 않고, 가족들이 안부전화 걸어오는 장면도 없고, 기껏해야 1년에 두 번 오고 하는가? 노인 둘이서 저렇게 사는 건 너무 공포스럽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양경미: 자식이 진짜 오지 않아요.


성진수: 그런 면도 있죠.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노인 부부가 시골에서 살게 되면 저렇게 방치된다는 거에요.


양경미: 도시에서도 그래요.


성진수: 예, 맞아요. 이 두분의 삶은 너무 아름다워요. 그렇지만 저 두 분을 찾는 사람들이 저렇게 아무도 없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만약 제작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장면들을 배제한 것이라면 노부부의 삶의 아름다운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들의 삶 속의 다른 측면을 공포스럽게 만들어 버렸다고 봐요.


윤성은: 쓸쓸함과 외로움과......


성진수: 저렇게 소외 되어서, 저렇게 고립 되어서 살아야 하는가? 중간에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서 기침이 심할 때,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아무도 병원에 데려가 줄 사람도 없는 모습이 좀 그랬어요.


이수향: 병원에 가셔도 소용이 없다고 하니까......


성진수: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자세와 두분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화가 나기까지 했어요.


윤성은: 그런데 그 측면이, 다시 말해서 쓸쓸하고 방치된 채로 있는 그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더 울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백세 시대에 결국에서는 죽음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공포이니까 그런 것들이 강조도면서 말이죠. 만약 제가 울었다면, 울지 않았지만, 그랬다면 로맨스보다는 노년에 대한 공감에서 그랬을 거 같아요.


양경미: 노년층도 그런 부분에 공감하지 않았을까요?


성진수: 그렇다면 더욱더 이 영화가 문제적인 판타지 영화가 되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노인 둘이 사는 것이 공포스러운 현실이라는 것을 일면 담아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것을 배제하고 사랑과 아름다움에만 모든 포커스를 다 맞추고 있거든요.


윤성은: 그런 측면이 강조되지 않았단 말씀이신가요? 제가 헷갈렸네요.


성진수: 그런 측면이 보이기에는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강조한 다른 부분이 너무 큰 거죠.


안숭범: 이 영화와 비교해볼 수 있는 영화 중 <순천>이란 다큐멘터리도 있어요. 시사회 때 십수명 정도 왔더라구요. 이 영화가 좀 비슷해요. 일단 <순천>엔 순천만에서 자식들 다 키워 내보낸 할머니가 나오세요. 할아버지도 나오는데 할아버지는 일을 안 해요. 할머니가 억척같이 일을 해내면서 할아버지를 보살펴요. 이 두 부부의 관계를 보면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맨날 잔소리를 하지만 할아버지가 평생 일을 안 하고 사는 걸 용인해 왔어요. 나름대로의 사랑이에요. 그런데 지지고 볶는 일상, 주변 사람들과의 왕래가 다 나와요. 할아버지는 나중에 돌아가세요. 그러니까 서사적 구조는 비슷하죠. 그런데 두 영화를 비교하면, <순천>은 우리 삶의 현실에 가까이 들어와 있어요. 이런 영화들은 프레임 내에 무엇을 담았는가가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적이예요. <순천>은 두 부부의 전반적인 상황, 즉 마을사람들과의 관계와 가족들 간의 관계 모든 것을 재고할 수 있도록 정보들을 주고 있어요. 그러면서 다큐멘터리적으로 가요. 이런 다큐멘터리는 시적인 순간들을 담으면서도 충실한 기록과 증언을 잃지 않아요. 그런데 이 영화 <님아...>는, 제가 보기엔, 우리가 알고 있는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많이 생략했고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이데올로기적이에요. 무엇을 담아내지 않았는가의 측면에서 더 이데올로기적이죠. 많은 생략들이 선택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것에 궁금증을 갖지 않도록 만드는 거죠. 그래야지 이 영화가 성공하니까요. 이 영화는 상당히 큰 판타지이고, 판티지와 현실 간의 큰 낙차가 있어야 감동이 오는 것인데, 그 전략을 끝까지 유지해가고 있어요. 저는 이러한 대중적 센티멘탈리즘에 대해 판단을 않고 그저 마음 내려놓고 보면 좋은 영화이고, 그것을 하나하나 해석하려 하다보면 이 영화는 생각보다 기이한 영화라고 봅니다.


성진수: 정말 기이해요. 아까 이수향 선생님이 사람들이 이 영화를 왜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던졌잖아요. 저는 그에 대해서 이 영화가 판타지기 때문에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인데 판타지라는 이율배반적인 영화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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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숭범: 극영화 중 이 영화와 가장 가까운 영화는 <죽어도 좋아>예요. 근데 <죽어도 좋아>는 페이크 다큐에 가까운 극영화잖아요. 그 영화에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이 나오죠. 진짜 사랑하시잖아요. 근데 그 두 분은 70세가 넘은 나이에 만난 거예요. 그 두 분은 각자 다른 사람들과 살다가 사별을 했든 어쨌든 혼자 된 후에 만나서, 우리 나이에도 성적인 욕구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사랑을 하죠. 그래서 어쩌면 <죽어도 좋아>는 20대의 사랑을 다룬 멜로드라마와 차이가 별로 없어 보여요. 그것의 70대 버전인 것이죠. 그런데 <님아....> 이 영화는 70년이 넘는 사랑을 판타지로만 만들어 버렸죠. 두 사람의 진짜 생활 모습 중 상당부분을 선택적으로 생략하면서요. 고로, 결론은 똑같은데 어찌되었든 <님아...>는 유사 영화 중에서 최대의 판타지 인거 같아요.


성진수: 아까 말미에 제작진들이 두 분을 촬영하면서 경험했던 감동의 일부밖에 관객들에게 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잖아요. 그 이유가 지지고 볶고 사는 삶 속에서도 이 분들은 정말 이렇게 살았을 거 같거든요. 똑같이 커플로 예쁘게 옷을 입고,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이죠. 그랬다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 이렇게 사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거든요. 이 분들의 삶이 거짓이라고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에요. 그런데 만든 사람들이 이렇게 편집을 했다면 그 이유가 뭘까가 궁금해 지더라구요.


이수향: 그것도 맞는 얘기인데, 확실히 이 영화는 더 지지고 볶는 것이 있었는데 영화를 위해 소거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만약 이 영화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영화는 좀 더 극단적이어야 해요. 확 와 닿아야 해요. 이 정도의 낮은 예산으로 만들어져서 실제의 노인 부부가 별 갈등도 없이 나오는 영화가 이 정도까지 화제몰이를 하려면, 극단적이고 단순해서 감동이 확 와 닿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소거한 거죠. 생활계의 그들의 모습, 여러 가지 소소한 갈등이나 현실적인 상황의 문제점들을 모두 소거하고 극단적인 멜로를 완성시킨거죠. 사랑하다가 한 명은 죽고, 그 무덤가에서 나머지 한 명이 우는 모습 하나만 남도록 만든거예요. 저는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 여러 소소한 갈등 같은 것들을 모두 살려서 작품적으로 잘 만들었다면, 이렇게 까지 대중적인 호평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봐요. 너무 어렵거든요.


송아름: 극장에서 봤을 때, 자꾸 중학생들이 들어오더라구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삼삼오오 들어오더니 30명 정도 들어오더라구요. 그런데 그 애들도 통곡을 하면서 보는 거에요. 계속 우는 거예요, 그 애들이. 그래서 저는 저 애들은 왜 울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아까 단순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인 거 같아요. 슬프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들이 있는데, 저는 막내딸이 아빠한테 아프지 말라고 하는 장면에서 오열했거든요.

말씀하셨듯이 내복을 여섯 개씩 한꺼번에 사는 장면에서 어떻게 돈을 버시지 하는 생각도 사실 들었어요. 자식들이 와서 어떻게 해주지? 저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어떤 여유가 있길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우는 와중에도 순간순간 의심을 했거든요. 근데 결국에는 가장 극단적으로 슬픔을 보여주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도 그처럼 많이 울었던게 아닐까 싶어요. 생략할 거 싹 생략하고, 극단으로 가는 하나의 방식을 보여준 영화인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워낭소리>랑 비교가 될까 싶어요.


성진수: 민병선 선생님도 한 말씀 더.


민병선: 저요?


성진수: 아까 내용을 오해하셨다면서요.


민병선: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가요. 죽은 자식이 그렇게 많아요? (일동 웃음)


성진수: 열 둘의 자식이 있었는데, 여섯이 죽었다고 말하잖아요.


양경미: 그 세대에는 죽은 사람이 많이 있죠.


민병선: 그래서 나는 많은 조카들 옷 주는 줄 알았어요. 내복. (일동 웃음)


양경미: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어도, 나중에 나오잖아요. 누구는 어떻게 죽었고...


안숭범: 그런데 아까 서브 플롯 얘기 했잖아요. 아까 <순천>에 대한 얘기를 했으니까, <순천>의 예로 서브 플롯 관련 이야기를 해보면요. <순천>에는 순천만의 자연 생태가 하나의 인물처럼 나와요. 공간이 인물화되죠. 사실 바다는 금녀의 영역인 측면도 있는데 거기에 혼자 들어가서 남편 다 먹여 살리는 할머니 이야기예요. 어찌 보면 극적인 요소가 있죠. 근데 그 할머니의 삶과 그곳 바다에 있는 새, 물고기 뜯어먹고 사는 새의 삶이 똑같아요. 둘 다 자연 안에서 자연의 방식대로 물고기 뜯어먹으며 정직하게 살아가죠. 그러니까 <순천>은 지극히 정직한 일상 다큐이면서, 거대한 시적인 다큐라고 말할 수 있어요. 자연 다큐와 휴먼 다큐가 만나는 지점에서 증폭시킬 수 있는 감동이 있어요. 특히 자연을 닮은 한 인간으로 할머니를 그리는 대목들은, 이걸 서브 플롯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서 삶을 핍진하게 만들려는 과정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님아...>라는 영화는 두 사람만의 이야기에 집중시키기 위해서 내용을 중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서브 플롯들을 생략하고 그저 목표된 바, 기획된 내용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는 영화라고 보여져요. 차이가 크죠.

그리고 사람을 울리는 포인트들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다양성 영화, 특히 다큐 영화중에서 흥행을 조금이라도 한 영화들은 상당수 그런 기획의 혐의가 있어요. 영화를 찍는 중에 기획 포인트가 생겨서 기획영화가 되는 경우도 있죠. 2000년대 중반의 <비상>이라는 영화가 있었잖아요. 축구다큐죠. 전년도 K-리그 꼴찌 팀에 감독이 와서 목표를 정하죠. 정확하지 않은데, 전년도에 20패 3승 했으면, 그걸 바꿔서 20승 3패를 내년 목표로 하잖아요. 만화같은 이야기죠. 그런데 그 다음해에 정확히 그대로 이루어지거든요. 이게 다큐 같지 않잖아요. 이건 정말 극적인 서사잖아요. 결국 돈 많은 팀에게 져서 그 다음 해 2등을 하거든요. 전년도 꼴찌에서 비약적인 발전이죠. 이게 짜고 친 고스톱은 아니지만 영상을 찍는 중 기획 포인트가 생겨서 편집 때, 아예 극적인 포인트를 향해 가는 그런 영화가 됐다고 봐요. <우리학교>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아요. 중간에 서브플롯이긴 하지만 조총련계 학교가 일본 축구대회에서 준우승 하던가, 하지 않았던가요. 사실 그런 영화들과 비교해도 <님아...>는 극적인 포인트를 더 정교하게 특정화 해놓고 그것에만 치중하는 영화여서 다큐같은 느낌이 많이 안들어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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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다큐적으로는 세세하게 다 찍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편집과정에서 들어냈을 때 그런 것들이 잔존하듯이 남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목사님 얘기하는데 그게 바로 옆인 거잖아요. 그런데 그 옆으로 카메라가 가면 안된다는 거죠. 왜냐하면 그게 간다면 정말 다큐가 되는 거죠. 혼자 있을 때 두려움과 공포가 있지 관계망을 맺고 있으면 두렵지 않거든요. 이 영화는 노인분의 죽음을 극도로 극화시키기 위해서, 궁지로 몰기 위해서, 두 분이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편집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처음에는 두 분이 사는 곳이 아주 깊은 산속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보면 큰 도로가 옆에 있어요. 주변에 다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것이 편집과정에서 만들어진 다큐와 극이 만나는 오묘한 지점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성진수: 결국 이 영화는 기획된, 극영화를 지향하는 영화인 거네요.


박태식: 늦었습니다. 다들 말씀을 많이 나눈 거 같네요. 먼저 안 선생님 얘기를 들어보니, 나랑 생각이 비슷한 거 같아요.


이수향: 근데 저희가 먼저 울었는가 아닌가부터 밝히고 시작하고 있거든요. (웃음)


박태식: 왜 울어요, 왜.


이수향: 여기 안 운 멤버, 운 멤버 나눠야 할 거 같아요. (일동 웃음)


박태식: 처음에 신문기사를 보고 예고편을 보니까 어떤 영화인지 알겠더라고요.


양경미: 그래요. 그런데도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구요.


박태식: 그런 게 있긴 있죠. 그러니까 처음부터 감독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려줘야겠다는 각오를 한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70년 넘게 해로한 부부가 있으니까 그들을 찾는 거죠. 거기서 카메라로 찍다보면 자식들이 한 번 와서 까탈을 부리겠지? 아프겠지? 한 쪽이 시름시름 앓겠지? 그러다가 이별을 하겠지? 그러면 남은 사람이 눈 덮인 무덤가에서 쓸쓸히 독백을 하는 이런 그림으로 가면 되겠다. 그래서 감독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의도를 했다고 생각해요.

이와 비슷한 영화가 <목숨>인 거 같아요. 똑같아요. <목숨>에서는 호스피스에 가서 네 명의 환자를 골라요. 그들은 곧 죽게 될 사람들이죠. 그러니까 얼마나 이야기가 많겠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지나치게 극적인 것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들이 의도 없이 접근하는 것만은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영화를 보러 낮 시간에 극장에 갔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극장을 꽉 메우고 있는 거에요.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저런 얘기를 크게 나누는 것이 너무 시끄러웠어요.


안숭범: 맞아요. 리액션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박태식: 리액션이 이토록 좋은 영화는 오랜 만에 봤어요. 옆에 앉으신 할아버지는 영화에서 자식들이 싸우니까 ‘저런 썩을 놈들이 있나’하면서 막 야단치더니 자기 가슴을 치더라고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프니까, 옆에 앉은 나한테 ‘곧 죽으려고 그래’하면서 막 알려주는 거에요. 그리고 나중에는 그분이 그렇게 우시더라고요. <날아라 태권브이>이후로 가장 반응이 좋은 영화를 경험했어요.

감독이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면서 봤어요. 다큐멘터리는 어쨌든 다큐멘터리인데, 흘러가는 것은 극영화랑 비슷하고 극영화적인 요소가 너무 많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다큐멘터리로서 제일 중요한 특징은 강계열 할머니라고 봐요. 할머니의 대사가 어느 시나리오 작가도 쓸 수 없을 만큼 좋았어요. 감독이 할머니한테 감사해야 한다고 봐요. 할머니한테 부탁해서 외운 건 당연히 아닐 거잖아요, 그렇죠? 할머니가 하는 얘기들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또 하나 왜 이런 다큐멘터리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어느 사회든 이야기가 뭉쳐 있는 곳들이 있어요. 이 시대에 이야기가 뭉쳐 있는 곳이 어디인가?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죽음이라든가, 노인이라든가, 치매라든가 이런 데 이야기가 뭉쳐있으니까, 이쪽 이야기들을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분지르고 해서 풀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감독이 어떤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오랫동안 해로한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자 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시대의 뭉쳐있는 부분들을 풀어보려고 한 시도는 좋다고 봤어요.

원래 찍은 분량은 얼마나 될까요?


이수향: 계절상으로는 1년은 최소한 흐른 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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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글쎄 몇 년 찍은 거 아닐까요? 여하튼 사계절을 잘 보여주고, 강아지로 은유하고 한 부분들은 좀 전형적이더라고요.

근데 깔 맞춤옷은 뭘까요?


이수향: 근데 그것은 자기들 옷이고, 그것도 분명히 화제가 되었을 거에요.


박태식: 일부러 입힌 거 아닐까요?


이수향: 아닌거 같아요. 애초에 그게 좀 특이해서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강원도 모처에 노부부가 있는데 금슬이 좋고 항상 옷을 맞춰입고 다니더라.


박태식: 두 부부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항상 행복하기만 했겠어요. 할머니는 열네 살 때 결혼했잖아요. 70년을 자기 개인의 일을 한다거나 하진 않았던 거예요. 70년이 넘도록 할아버지만 바라보고 산거죠. 그래서 할아버지의 죽음이 곧 할머니의 죽음이지 않았을까 생각 되요. 그리고 이들이 도시형 부부는 아니에요. 산골 형 부부 스타일로 보였어요. 이들이 산골 형 부부니까 감독이 이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도시에서 70년 해로한 부부라면 전혀 다른 내러티브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어쨌든, 꽤 재미있게 봤어요. 그리고 특별히 관객들이 소리 지르고 할 때 새로웠어요.


이수향: 관람 환경이....... 그런 분들이 없었으면 우셨을 수도 있어요.


박태식: 내가? 그건 감독이 ‘이런데도 울지 않을 수 있어?’ 그런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안숭범: 12월에는 애도의 영화가 사랑받는 거 같아요. 이 영화도 그렇구요. 정리하는 시점이니까 떠나 보내고 이런 거죠, 다들.


이상,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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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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