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customer center

070.8868.6303

영화 합평회

<합평회> <님아, 이 강을 건너지 마오> 1부

제10차 합평회

날짜: 2014년 12월 22일


영화: <님아, 이 강을 건너지 마오>

참석자: 양경미, 송아름, 민병선, 안숭범, 이수향, 윤성은, 박태식, 성진수


양경미: 이 영화가 <인간극장>에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인간극장>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어요. 영화를 막상 보니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영화가 <워낭소리>랑 비교되고 있는데, 저에게는 <워낭소리>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많이 좋아한 것 같고 흥행 돌풍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흥행돌풍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봉시기, 경쟁이 될 만한 다른 작품의 유무, 배우, 스토리 등이 있는데, 운도 흥행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운이라는 건 기획단계에서 예측할 수 없는 요소이긴 한데, 이 영화는 타이밍, 운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인터스텔라>이후에 <엑소더스>가 개봉했지만 흥행 돌풍을 일으키기에는 부족했고, 그러다보니 관객들은 한국영화로 몰리기 시작했죠.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국제시장>은 상업 영화의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허구적인 이야기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한국 근대사를 통해서 아버지의 모습을 담고 있고 부성애를 자극함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음에도, 관객들은 그것이 허구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게 되죠. 그에 달리 이 영화, <님아, 이 강을 건너지 마오>는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장르의 특성상 사실에 기초한 진실된 영화라는 믿음을 가지고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기 때문에, 거리를 두고 보기보다는 가슴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받아들 수 있게 만드는 데에는 또한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운로드 (5)

사실, 초반에 영화를 봤을 때, 드라마틱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행복한 모습들, 눈싸움 하는 모습이나 낙엽 뿌리는 모습 등의 노부부가 장난치는 모습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그 나이에 누가 그렇게 놀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고, 연출한 티가 난다고 보였거든요. 근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런 생각들은 상쇄되어 갔고, 노부부가 서로를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혹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의지하는 이런 모습들에 많이 빠져들었습니다.

그동안 감각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시각적인 자극을 가진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많이 어필했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것 보다는 진실 된 이야기와 감동을 주는 요소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면서 흥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부부의 모습을 통해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사실 사랑이라는 소재가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전 연령층을 다 충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부부의 모습은 젊은 층에서 노부부까지 어필 할 수 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20대 젋은 층에서는 사랑이 시작될 때의 알콩달콩한 모습이나 장난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을 영화 초반에 보여주고, ‘내가 사랑을 시작했을 때 저랬지’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중장년층은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나, 부부로서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했을 거 같아요. 아직 미혼인 저도 결혼을 하게 되면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생각하게 했거든요.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하다보니,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쉽지 않은데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영화 속 부부처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더라구요. 또 40, 50대 들어서는 앞으로 늙어가면서 어떻게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한편으로 또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자녀들이 할머니 생일 날 잔치하면서 싸운 장면이었어요. 그게 굉장히 와 닿았어요. 제가 형제가 많은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부모님 생신이거나 행사가 있을 때 돈 내고 이런 것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그런 경우가 있거든요. 형제들이 많지 않으면 덜 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형제가 조금 많아서 그런지. 그리고 결혼해서 가족을 형성한 형제들은 다른 형제들한테 미루려는 경향도 좀 있는 거 같고요. 영화에서도 그래서 싸우잖아요. “밥 차려준 적 있어?”, “몇 번이나 와 봤어?” 이러면서 하는 얘기들이 남 일 같지 않았던 점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어르신들이 많더라고요. 근데, 우리 어머니는 노인들 보는 거, 사진 찍는 거 별로 안 좋아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이 노인이기 때문에, 젊고, 유쾌하게 사는 걸 좋아하시지, 나이 드신 분들이 같이 있는 걸 궁상맞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노인정 가는 것도 싫어하시고, 더 젊은 층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데 이 영화는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왜 당신이 비슷한 또래의 나이 드신 분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면서 이 영화는 보려고 하실까? 극장에 온 분들도 희끗희끗한 백발이고, 나이드신 부부끼리 온 분들도 있고 그랬거든요. 그 분들 사이에서 저 혼자 청승맞게 울면서 영화를 봤어요. 그 분들이 영화 보면서 울기도 하고 영화 끝나고 가면서 서로 친해진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성진수: 제가 본 시간에는 영화 끝나니까 다들 쌩 하니 가시던데요.


양경미: 제가 본 극장에서는 다들 우시고, 나는 양쪽 두 부부 사이에 끼어서 울고 그랬거든요. 분위기가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80여명 되는 관에 관객이 꽉 차서 앞뒤로 다 울더라구요.

어찌했든, 이 영화가 여러 층을 다 아우르는 공감대, 살아가면서 사랑, 가족 간의 관계, 죽음에 관한 것들 이런 모든 요소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성진수: 영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용과 형식을 분리하는 걸 지양하는 편인데, 이 영화에 대해서는 그 둘을 분리해서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에서 보면, 양경미 선생님이 얘기했던 것처럼, 실제의 두 부부인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워서 영화의 내용 자체가 주는 감동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게 떠올랐던 말이 하나 있는데요, 외할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에요. “젊어서는 낯빛이고, 늙어서는 옷빛이다” 라는 말인데, 이 영화를 보니 그 말이 맞다는 게 보이더라구요.

타이틀이 뜬 후 첫 장면이 낙엽을 쓰는 장면이었죠. 그 첫 장면에서 두 분이 옷을 너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있는데, ‘저건 뭐야? 설정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랬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나중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옷을 태우는데 너무 예쁜 옷이 많은 거에요. 영화 내내 예쁜 옷을 입고 나오고요. 그 옷이 너무나 인상 깊었는데, 결국엔 그 옷이 두 분의 삶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에게 예쁘게 보이고, 예쁘게 봐주고, 삶도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옷에서 묻어나고 있고, 옷이 두 분의 삶을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삶이 보여주는 사랑의 이야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저도 감동을 받았고, 내용은 생각했던 것 보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감동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이 두 분의 삶이 영화 같은 삶인데 사실은 실제라는 점에 있었다고 봅니다. 저거 영화 같은데, 허구가 아니라 실제고, 진짜 저렇게 사는 분들이라는 점에 있는 거죠. 다시 말하면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영화의 판타지적인 내용이 실제라는 것을 뒷받침하면서 감동을 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댜큐멘터리로서 이 영화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운로드 (7)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에서 얘기해 보면,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예상치 못한 사건과 같은 삶의 여러 측면들을 오히려 배제시키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영화 첫 장면이 엔딩 장면이죠. 그러니까 이 영화는 결론을 먼저 보여주고 이 영화가 그 결론을 향해서 선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그것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개됩니다. 그렇게 설정된 큰 줄기를 따 흘러가는 영화는 서브플롯이 전혀 없어요. 메인 플롯만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나이 드신 두 부부의 삶의 다양한 측면들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 그것들을 배제하고 사랑과 이별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플롯에 필요한 것들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배제시키는 그러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모든 것을 향해 다 열려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선택과 배제가 의도적이고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현실 속 사람들을 허구적으로 보이게 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유사한 맥락에서 이 영화의 형식 중에 거슬릴 정도로 눈에 띄었던 것이 하나 더 있어요. 많은 다큐멘터리들에는 카메라의 존재를 원하던 원치 않던 드러낼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영화 속 인물이 카메라를 향해서 자기도 모르게 얘기한다거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나 인터뷰어의 말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는 경우죠. 그런데 이 영화는, 저는 의도적으로 세심하게 처리된 결과라고 보는데, 그런 부분, 즉 카메라가 드러나는 부분들을 완전히 배제했어요. 영화에 보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할머니가 열 네 살 때 할아버지를 만났다는 얘기를 하죠. 그런데 그런 인터뷰 결과가 나오는 순간의 편집을 잘 보면, 인터뷰어의 존재나 할머니가 카메라를 보는 순간들을 굉장히 잘 재단해서 지웠다는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편집들이 이 실제 이야기를 허구로 만드는 결과를 낳거든요. 이런 것들은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을 자기 스스로 숨기고 한편의 극적인 허구의 극영화가 되려는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영화 속 두 분의 삶이 매우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식들이 그 분들의 삶을 우리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하는데 있어서 실패하게 만들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작진들이 그 분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1년이 넘는 시간들을 같이 했을 텐데, 그들이 경험했을 감동의 5%정도 밖에 우리한테 전달하지 못한 게 아닐까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들게 만드는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한 결과물을 보고 이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의도성이 너무나 드러나는 형식으로 인해서 오히려 보는 순간순간 영화 속 인물의 삶에 몰입하는 것이 방해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하튼 이 영화는 편집의 순간, 제작의 순간들을 작위적으로 지우려는 의도를 지나치게 가졌고, 그것이 다큐멘터리로서는 한계라고 봅니다. 눈물도 흘리고, 감동도 느끼면서 봤지만 이러한 것들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윤성은: 이 영화를 본 지가 좀 되었는데요, 앞서 말씀하신 성진수 선생님 의견에 많이 동의를 합니다. 일단 커플룩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죠. 젊은 사람들일 입었을 때는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닭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분들은 시종일관 광택 있는 화사하고 화려한 색의 한복을 입고 계시는데, 이분들이 입은 모습은 70년 생활을 함께 한 같은 팀처럼 보였어요. 유니폼 있잖아요. 학교의 교복이나 운동선수들이 같은 옷을 입었을 때처럼, 똘똘 뭉쳐있다는 통일감이 느껴졌어요, 한두 번이 아니라 끝가지 그런 모습을 보이니까 그것이 과시용이 아니라 이분들이 정말 하나구나,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구나라고 느껴져서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앞서 말씀하신 것 중에 저도 공감한 것이, 저는 처음에 내레이션 부분이 나올 때 페이크 다큐인가 하는 착각을 했어요. 다큐멘터리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분들이 연기를 하나 싶었어요. 그 정도로 이야기가 너무나 드라마틱하죠, 십대 때 만났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는데, 굳이 말하자면 다큐멘터리에서 기대하는 것은 조금 더 진실이기 때문에, 물론 다큐멘터리도 연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진정성을 원하기 때문에, 조금 미스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형식적 측면에 대한 고민들이 영화를 만든 사람 입장에서 어느 정도 수반되었나 하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엄청나게 높은 완성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다큐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 라는 측면에 대해서요. 그래서 생일날 싸우고 하는 것도, 하나의 플롯을 들어갔던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 장면도 제게는 페이크다큐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 부분 중 하나였거든요. 현실적인 얘기라고 생각해요. 모일 시간이 없으니까 생일날 모여서 싸우잖아요. 추석이나 명절이나 모이면 싸우는데, 어느 집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죠. 그러면서도 촬영을 장기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메라 앞에서 싸우는 것은 일반인들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 이분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싸우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 흠집을 내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관객으로서 봤을 때 이것도 하나의 플롯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요.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게 <워낭소리> 잖아요, 우리한테는. 목표도 <워낭소리>를 넘는 것이고, 그렇게 향해서 가고 있구요. 이 영화가 독립영화 중에서 복병이고 상업적으로 제작비 대비 어느 정도의 반응은 기대했겠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어떻게 보면 제작진들이 조금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워낭소리>라는 전례도 있으니까요. 왜냐하면 <워낭소리>도 소의 죽음으로 끝나고, 이 영화도 한 분의 죽음으로 끝나잖아요. 그리고 가족들의 등장과 일상적인 노인들의 삶이 보이고, 물론 이 영화는 노부부의 이야기에 더 많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워낭소리>에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었잖아요. 그런 점들 때문에 <워낭소리>를 많이 의식한 거 같아요. 하나의 장르가 생길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영화가 유사성을 가지고 있구요. 그래서 이것이 200만, 300만 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겨울 시즌에 잘 어울리는 영화로서 상업적인 부분들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이지는 않아요.


송아름: 앞에서 말씀하셨지만, 저도 이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는 코드는 충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한국 영화들 중에 피로한 영화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화면으로 감당이 안 되는 것도 있었고, 내용적으로도 그랬구요. 그래서 이런 동화 같은 영화가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노년의 로맨스로 초점이 많이 맞춰졌는데, 저는 이 작품에 대해 기억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이 처음에는 할머님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무덤을 두고 우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마지막에는 그 장면에서 하시는 말씀이 ‘나를 혼자 두고 가면 어떡하나’, ‘보고 싶어서 어떡하나’ 이런 말씀이 아니라, ‘당신을 기억해 줄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안타까워서 어쩌나’, ‘불쌍하다’ 이런 얘기를 하세요. 그 대사가 저에게는 상당히 강하게 와 닿았어요. 그 이유가, 영화 전체의 내레이션이 얼마 되지 않는데, 그 가운데서 할아버지가 머슴처럼 와서 힘들게 살았고, 우리 아이들 여섯을 전쟁 때 잃었다는 얘기를 하시는데,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고 그것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적겠는가 하는 것에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이 영화를 본 이틀 뒤에 <국제시장>을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국제시장>가 ‘아버지들이 이렇게 살았으니까 보고 기억해’라는 식이라면, 이 영화는 로맨스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이분들이 살아 온 삶의 한 방식을 또 하나의 이야기로 갖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은 영화로 불리는 영화를 최근에 관객들이 많이 보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영화들을 보면 주제가 내용에 대해서 감히 말할 수 없는 영화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잖아요. 이 영화도 그 계열에 들어가고 있는 거 같구요. 그래서 그런 영화들에 대한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것도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다운로드 (8)

민병선: 저도 조사를 하기보다는 내맘대로 추정해서 역순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다큐라고 말하기도 극영화라고 말하기도 그런데 바로 그것이 이 영화의 성공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분들이 기획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굉장한 지점이라고 봤어요. <인간극장>에 나왔기 때문에 다큐로 그대로 간다면 만들 이유가 별로 없었을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극 구성이 과도하게 들어간 지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 노인 분들도 배우로 보이더라구요. 이미 <인간극장>을 상당한 기간 촬영 했을 텐데, 프로 배우의 훈련이 되신 거 같아요. 촬영이 뭐라는 걸 아시는 거죠. 뭘 원하면 그걸 해주시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게 정말 다큐라면 강원도 횡성에서 옷을 그렇게 입으시는 분들이 실질적으로 있을까요? 어쩌면 그런 분들이기 때문에 <인간극장>에 나갔을 수도 있고요. 특이하잖아요. 그래서 평론가들도 튀어야 해요. 비닐 옷을 만들어 입거나 가면을 쓰고 다니거나 튀어야 해요. 그래야 <인간극장>이라도 쫓아오죠. 여하튼, 그래서 기획적으로 보면 ‘이런 분들이 있는데 새롭다’, ‘80년을 사셨네’ 이런 생각으로 기획이 되었겠죠. 그랬겠지만 과도하게 커플룩이라던지 그런 것을 심으 이유가 다큐라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극적 가공을 하고 싶은, 즉 허구적 공간으로 관객을 데리고 오고 싶어한 것이 하닌가 싶었어요. 왜냐하면, 앞에서 얘기했지만, 허구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많잖아요. 결론적으로 극적 재미를 잡고 동시에 다큐적 진실의 힘이 다 영화에 들어가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잭팟이 터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외적으로는 극장에 가니까 노인분들이 영화를 보러 많이 오시더라구요. 우리가 기획적으로 골드 미스, 오피스 레이디로 해서 30~40대의 타겟층을 잡잖아요. 그런데 실버층이 갈 곳이 없잖아요. 그래서 마케팅 차원에서도 그런 점을 지금까지 왜 생각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60, 70대 이상 되시는 분들이 극장이나 맥도날드를 가신다고 하더라구요. 회관보다 편하다고 하세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볼 영화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뭔가 하나가 나온 거죠, 이제. 그러니까 우루루 가는 것이구요. 이 영화가 슬퍼서 보는 거 같지도 않으세요. 내용적으로 보면 이건 박수를 쳐야 하는 것이, 장수를 누리고 돌아가신 거잖아요.

(일동 웃음) 굳이 슬플 이유가 없어요. 호상이에요, 호상. 장례식에 가서 웃고 떠들고 고스톱 쳐야 해요. 그래서 아마 (실버 관객층에게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을 거 같아요, 이야기가. (일동 웃음)


성진수: 코드가 너무 재밌는 게, 할아버지의 죽음이 슬픈 이유가 그분이 천수를 못 누리고 안타깝게 돌아가셔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어서 슬픈 거잖아요. 아니에요?


이수향; 약간 이상해, 이상해. 약간 소시오패스 이런 거 같아. (일동 웃음)


민병선: 그래서 다른 코드를 봐야 한다니까요. 여하튼 이 영화는 그런 외적 측면, 그리고 가족애, 부성애를 다루는 영화가 12월과 1월에 집중적으로 개봉해서 대부분 성공했어요. 작년에 <수상한 그녀>가 개봉해서 롱런했고, <변호인>도 모성애를 건드리는 면이 있었죠. 가족애, 모성애, 부성애 이런 것들이 12월과 1월에 라인업을 잡더라구요. 올해도 <국제시장>,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나의 독재자>, <허삼관> 이것도 아버지 얘기인데 이것도 있구요,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 이런 것들이 다 기다리고 있거든요. 복고랑 다 겹쳐 있어요, 가족애랑. 그런데 이런 영화들이 12월, 1월 달에 집중적으로 장사가 되는 거죠. 이럴 때 이 영화가 좋은 흥행을 거두고 있는데, 이런 계절적 측면도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다큐와 극적인 것의 중간 지점에서 저는 상당히 좋은 지점을 발견했다고 봤어요, 기존의 다큐냐 극영화냐 이런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이야기는 상당히 신파죠. 늘 있어왔던 얘기구요,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그런데 또 창작이나 제작 측면에서 보면 이분들이 왜 잭팟인가 하면, 이게 의도하지 않은 이야기 같다는 거죠. <인간극장>을 보고 이거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는 노년의 로맨스나 이런 걸 다큐로 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할아버지의 병이라든지 이런 쪽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묘해진 거 같아요. 그러면서 죽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고, 다큐적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 것이죠. 그 지점들이 살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에게 잘 먹힌 것이죠.


윤성은: 지금 결혼해도 70년 같이 살 순 없을 거 같은데요.


민병선: 그렇죠, 그게 중요해요.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장수시대로 접어들면서 생긴 이 문제를......


성진수: 장수시대가 아니라 조혼시대. 열 네 살 때 만났다잖아요. (웃음)


민병선: 장수시대가 왔는데, 현대인들에게 결혼이라는 게 뭔가? 스펙 따지고, 조건 따지고, 동등 이런 거 많이 따지는 이 시대에 뭔가 하나 툭 던지잖아요. 사랑, 부부란 저런 건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잘한 결혼과 반대로 가는 측면이 있잖아요. 진실은 여기 있어 이렇게 보여주니까 내용적으로 먹힌 게 아닐까요?


안숭범: 저도 오늘 조조로 봤는데, 펑펑 울면서 봤어요.


양경미: 나만 울었나 했어요. 다들 울었어요?


성진수: 나도 울었어요.


윤성은: 저는 별로 안 울었어요.


안숭범: 저는 안 울려고 굉장히 참았는데, 옆에서 아주머니들이 너무 양쪽에서 울어가지고......  (일동 웃음)


성진수: 어느 지점에서 울었어요?


안숭범: 너무 자주 울어가지고......


양경미: 저두요.


민병선: 그러니까 삶이 힘들어서 그래요. 영화가 슬픈게 아니라, 내가 지금 마음이 울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그래요. (일동 웃음)


성진수: 나는 영화가 죽음으로 끝날 것이라는 걸 알고 시작하다보니까 계속 코끝이 칭했는데, 어디서 눈물이 나왔냐 하면, 죽은 애들 옷 살 때.


일동: 맞아요. 거기. 미친 듯이 울었어요. 어떻게 안 울어.


안숭범: 거기서 안 울면 안 되지.


민병선: 아니, 조카들 옷 사는 거 아니야?


이수향: 아니 영화 잘 못 보셨네. (일동 웃음)


민병선: 아니 난......


일동: 아니요. 졸면서 본 거 아니에요? (일동 웃음)


안숭범: 그래서, 저는 저를 분석했어요. 이 영화를 올 겨울 힐링 영화라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과연 이 영화를 보고 힐링을 받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서 세 가지를 발견했어요. 내가 왜 울었는가를 중심으로 분석을 한 거죠.

첫째는, 다 말씀하신 건데, 이 영화가 할아버지 산소 앞에 있는 할머니로부터 시작하잖아요. 그러니까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벌어져버린 거리, 이것에 대한 설명을 지금부터 하겠다는 것을 암시를 하고, 관객을 그 스탠스에 놓고 시작하는 거죠. 다큐멘터리라기 보다는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는 멜로드라마의 전형인거죠. 멜로드라마라는 것이 감정에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정서적 과잉을 주는 서사가 특징인데, 그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을 공언하고 시작하는 거죠. 저는 멜로드라마를 어떻게 해석 하냐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나오면 한 명이 죽거나 죽음에 준하는 서사가 나오죠. 죽음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기억을 잃어버린 다든지 이런 거죠. 사회적 죽음이죠. 이 영화도 전형적으로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이 나와요. 저는 이 영화가 극단적 멜로드라마의 서사 구조를 갖고 있다고 봐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대부분의 멜로드라마는 20대 젊은이들의 사랑에 집중하죠. 그런 영화들은, 사랑이 피크를 달릴 때 한 사람이 죽으면 사랑이 단절되는 게 아니라 사랑이 영원으로 지속되는 거죠. 왜냐하면 두 사람 사이에 훼손이 없잖아요. 지지고 볶으면서 살았다는 것 없이, 가장 아름다웠을 때 한 사람이 죽어버리니까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훼손되지 않은 사랑의 기억만 남겨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75, 76년 간의 시간을 이어갔다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랑의 정점을. 이 영화의 화법만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그렇죠.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았으리라고 봐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약간의 다툼일 수 있는 부분이 하나 나오는데, 거울 걸때에요. 할아버지가 갑자기 반응을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하루 24시간 안에도 여러 번 있을 수 있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기적적인 사랑의 신화를 만들려고 했다는 거죠. 그래서 이것은 다큐멘터리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서사를 갖고 있는 영화다. 그래서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랑을 해 온 이 시대의 관객들, 특히 올 겨울 옆구리가 추운 관객들에게 힐링의 지점이 된다는 거죠. 그게 첫번째입니다. 그래서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 보니, 할머니 찾아가지 말라고 하잖아요. <워낭소리>때도  그랬구요. 사실 저는 그 화법에 묻힌 진심 중 하나는 판타지가 깨지면 안 되니까, 도 있다고 봐요.

다운로드 (9)

두 번째는 이게 남녀 간의 멜로드라마 뿐 아니라 가족 멜로드라마잖아요. 전반부 까지는 거의 투 샷의 영화에요.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의 아름다운 사랑을 외부에서 거리를 갖고 조망하게 하는. 관객을 그 지점에 놓죠. 그런데 후반부는 원 샷의 영화에요. 할머니에 내면화시키는 것이죠. 죽어가는, 그러니까 병세가 완연한 할아버지를 바깥에 두고 관객은 할머니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그 슬픈 장면을 같이 보게 되죠. 그 할머니는 여러 가지 캐릭터인 거 같아요. 먼저는 어머니로서의 캐릭터. 사실 할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는 어머니로서의 캐릭터가 매우 강해요. 앞에서 말한대로 연인으로서의 캐릭터도 있어서 더욱 입체적이에요. 그래서 아까 말씀하셨지만, <7번 방의 선물>이나 <수상한 그녀>나 <워낭소리>가 다 겨울에 개봉했는데, ‘가족’으로 귀결되는 서사를 원하는 겨울 관객의 정서에 이 영화가 잘 반응한다고 봐요. 우리들에게 가족이라는 것이 정신적인 고향이자 낙원인데, 그런 낙원의 전형 같은 것이, 후반부에 할머니를 통해서 실현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 부분이 또 하나의 힐링이 된다고 봐요. 사실상 그런 낙원을 보여주면서 노리는 또 하나의 전략은 관객에게 과잉의 부채의식을 만드는 거예요. 도시에서 등 따숩고, 배부르고, 내 가정 꾸리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이 영화 속 노부부의 모습은, 내가 챙겨주지 못한 이상화 된 부모의 모습이죠. 그러니까 관객이 부채의식을 갖게 되는 거예요. 저는 그런 전략이 ‘힐링’의 포즈를 완성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보이지 않는 인물로서 이 영화의 시간에 주목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다큐멘터리에 관습적으로 나오는 장면 전환 방식이, 설정숏으로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저는 이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하나의 인물처럼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영화 속 두 주인공 사이, 즉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엔 갈등의 요소가 없어요. 내적인 갈등도 없고 외적인 갈등도 크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만들기 위해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봐요. 사실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병들어가고 있는 할아버지, 이것이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의 사랑을 방해하는 유일한 요소인데, 이것이 융이 말한 캐릭터로 치면 그림자나 트릭스터처럼 기능하는 거죠. 그래서 이 노부부는 영화 내내 시간과 싸워요. 관객도 할머니에게 내적 동일화가 되기 때문에 같이 시간과 싸우게 되지요. 그런데 시간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죠. 못 이기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시간을 이기는 것이죠. 그 때문에 이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 우리 각자의 실존적 아이러니 같은 것이 투영돼요. 요약하면, 불가항력적인 시간의 힘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관객에게 이 영화의 인물화 된 시간은 역설적으로 힐링 포인트를 남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이 세 가지가 영화가 주는 힐링의 전략이라면, 마지막으로 첨언할 부분은 이 영화가 후반부에 가서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건 전적으로 더 강한 멜로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서예요. 왜냐하면, 영화의 60%정도가 진행된 50분 즈음에 할아버지가 병세가 악화되어서 큰 아들과 막내딸인가가 와요. 그때 큰아들이 형제들에게 전화해서 다음 날 모두 모여라, 생전에 아버지를 한 번씩 보자, 라는 얘기가 나오죠. 그런데 그 순간 다음부터 얘기가 굉장히 길어져요. 사실 거기에서 돌아가시는 시점까지 현실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싶어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 보여주는 것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자식에 대한 아가페적인 사랑, 다시 말해서 자식을 향한 내리사랑이 강조되기 시작해요. 어려서 죽은 아들, 딸들 내복 사는 이야기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가 강조되죠. 이와 대조적으로 한쪽에서는 자식들의 노부모를 향한 부족한 사랑이 나와요. 큰딸과 큰아들이 싸우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이후 자식들로부터 절연된 두 사람의 애처러운 처지가 강조돼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자식의 부모에 대한 모자란 마음이 대차대조되니까요. 이건 다분히 노부부의 사랑을 절대화시키는 전략인 것이죠. 현실에서 살아있는 자식들은 그런 사랑을 못하고 치고 박으면서 사는데, 생을 펴보지도 못한 어려서 죽은 자식들까지도 챙기는 이 노부부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더 극적인 정념을 이끌어내는 거죠. 저는 그런 영화의 제스처가 상당히 계산된 것처럼 보였어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이 영화가 무척 감동적이어서 저도 넋 놓고 봤지만,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지만, 낱낱이 파헤쳐보면 여러 가지 전략과 방식들이 정교하게 쓰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운로드 (10)

이수향: 이 영화를 먼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꼭 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많이 운다고들 하기에, 메이크업을 최소화하고 울 준비를 하고 갔습니다. (웃음)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갔죠. 앞서 마케팅과 홍보 얘기가 좀 나왔는데, 이 영화에 관해서 사전 언론 시사회 메일 왔었어요. 그 메일을 보고 ‘<인간극장>에서 화제 된 내용을 가지고 만든 것이구나’ 정도의 생각만 들고,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앞서 얻어 걸렸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그런 면도 없지 않지만, 저는 상당히 기획을 많이 한 영화인 측면도 있다고 여겨져요. 돈을 들인 영화와 많이 들이지 않은 영화의 차이 중 하나가 메일링 같은 마케팅에 있다고 보는데, 돈을 많이 들인 영화 혹은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영화는 메일이 계속 와요. 시사회 정보는 물론 기사 하나하나에 대해서, 심지어는 IPTV 출시까지 홍보 메일이 모두 오더라구요. 심한 경우에는 100통도 되는 거 같아요. 이 영화 정도의 작은 영화는 보통 초기에 시사회 초대와 한 두건 정도의 홍보 메일이 오면 끝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에 관한 메일은 집요하게 오더라구요. ‘대명문화공장’이라는 이름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오는 거에요. 그래서 이 영화가 생각보다 집요하게 마케팅과 홍보를 기획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왜 많이 보고 좋아할까를 생각해 봤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주인공은 보통 영화에서 선호되는 소재는 아니잖아요. 흔히 TV시청률에서 백전백승이라는 동물이나 어린 아이를 소재로 다룬 것도 아니고. 별로 밝지도 않고 좋아하는 소재도 아닌데 왜 사람들이 많이 볼까?


민병선: 공순이 있잖아요, 공순이.  (웃음)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12-29

조회수1,952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